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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학자로 살다
     
김성훈 조회수 1,519   등록일자 2000-12-27 14:05:47
시민과학자로 살다
타까기 진자부로 - 녹색평론사 -

우리는 어떤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을 우리의 과학으로 만들 수 있는가? (미야자와 켄지, 은하철도의 밤의 원작자)

이 책은 대안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한 진자부로오가 암투병중 병상에서 쓴 자서전적 책이다. 진자부로는 동경대학에서 핵화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원자력 자료연구실'이라는 민간단체를 만들어 시민을 위한 과학을 주창했고 실천했던 사람이다.

현재 일본의 플류토늄 정책은 관료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일부 학자·기술자들의 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그들 '전문가'나 '지식인'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은 우리의 생명과 아이들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플루토늄과 같은 맹독성 물질, 더구나 쉽게 핵무기가 될 수 있으며 또 비밀의 벽을 두껍게 쌓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그런 물질과 안전하고 민주적인 사회가 어찌 양립할 수 있는가

현대 과학이라는 것이 불편부당하고 보편타당한 인류적 가치에 의해서 연구작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식상한 이야기일터지만 자본과 국가권력의 그늘아래 잠자코 숨어있으면 안락한 삶이 보장되는 현실을 박차고 나온다는 것은 쉬운 결단은 아니었을 것이다. 스스로 평하기를 근본적으로 야당기질을 소유했다고 말하듯이 그는 몇 번의 고비마다 결국엔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에 어울리는 적극적인 실천이 뒤따르고 있다.
그의 이러한 기질은 어렸을적 무사교육을 시켰던 할머니로부터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유년기, 그러니까 2차대전의 시기를 거치면서 국가나 어른들에 대한 실망을 느끼면서 형성되었다고 회고한다.

우리가 반세기 전에 겪은 전쟁경험을 통해 이미 익숙한 것인데, 그들은 벌써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요컨대, 그것은 개인의 인권이나 사상을 바탕으로 해서 국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밑에 개인이 있다는 그들의 사상이다.

모든 것을 알고 행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을 때 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가미가제 특공대가 출동하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던 선생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할복을 해서라도 끝까지 저항하는 것이 무사의 정신이라고 가르치던 사람들이 일본천황의 항복 선언과 함께 모두 말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이러한 영향으로 제도나 구조가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억압하려 할 때마다 반발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인간과 지구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 되었다.

특히 그가 핵화학자로서 당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던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드러나게 되었다. 과학자가 하나의 시스템에 편입되면 자신이 하는 연구가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 하는 것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상실하고 비판적이기보다는 순응해야만 살아남게 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꽤 고집스러운 일면도 지니고 있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의 그러한 고집은 그의 강한 주체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그가 말한다.

이상주의자는 두꺼운 벽 같은 현실 앞에서 늘 돈키호테적이라고 할까 희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도전을 되풀이하다가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과 같이, 지속되는 이상주의는 반드시 어떤 결실을 맺고야 만다고 나는 확신한다. 앞에서 나는 '확신'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어떤 이상(이념)의 실현을 믿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이상(이념)을 부르짖어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대안모색

* 타까기 학교
타까기 학교는 진자부로가 바른생활상을 수상한 계기로 해서 이전부터 꿈꿔왔던 '시민과학자를 키우기 위한 학교'이다. 타까기 학교에는 A,B 두 개의 과정과 몇가지 프로젝트가 있다. A과정은 시민과학자를 양성하면서 스스로 행동하는 타까기학교의 중심코스이다. 이미 직업 과학자인 사람에서부터 대학에 갓 들어간 사람까지, 연령으로는 20대에서 70대까지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자연과학이나 공학계 대학원 수준의 사람이 많지만, 사회과학계의 사람도 있고 대학에 소속되지 않은 시민도 있다. 여기서는 몇가지 프로젝트나 소그룹의 연구회를 만들어 원자력문제나 다이옥신 등 화학물질에 관한 문제를 공부하고 검토하고 있다.
B과정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공부할 수 있는 강좌로서 A과정 사람들이 마련하게 된다. B과정은 현대과학기술과 사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를 집어내어 이것을 시민들에게 제기하고, 동시에 역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A과정 사람들에게 되묻는 장으로서 기획된 것이다. 다시 말해 쌍방향의 교류를 통해 '시민과학자'가 시민으로부터 교육을 받는 장이 되도록 한다.
더 나아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과학교육을 하는 C코스를 구상하고 있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손이 미치지 않는단다.

* 합의회의(consensus conference): 생명공학처럼 정치,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과학기술적 주제에 대해 비전문가인 보통사람들이 전문가와의 조직화된 공개토론을 통해 정리된 견해를 매스컴에 발표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여론형성과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시도이다. 예컨대 노동자, 주부, 학생, 교사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시민패널로서 이러한 토론에 적극 참여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과학기술은 시민에게 친근한 것이 되고 전문가와 비전문가 간의 거리가 좁혀질 뿐 아니라. 사회적 토론이 활성화됨으로써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시민문화의 성숙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의 패러독스',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모임, 당대)

* 과학상점(science shop): 지역사회집단, 공익단체, 지방정부, 노동자 등이 제기하는 구체적인 기술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무료로 연구와 자문을 해주는 제도로서, 현재 네덜란드에는 전국 모든 대학들(13개)에 이것이 구성되어 현재 총 35개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만이 아니라. 사회학, 경제학, 법학 등 사회과학 분야의 상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각 과학상점에는 시민과 대학연구진으로 구성되는 조정위원회가 있어 신청된 과제들 중 연구할 것들을 선정하게 되는데, 신청자는 연구비를 스스로 구할 능력이 없다는 것과 상업적으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연구결과를 생산적으로 이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과 교수는 자신들의 정규활동의 일환으로서 이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대학당국도 기존의 예산과 지방정부의 일부 보조로 그 연구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추가 재정부담이 없다. 이 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학습에 자극을 받는 동시에 사회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한다는 보람을 얻게 되고, 대학과 지역사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진보의 패러독스',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모임, 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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