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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아저씨와 홍삼
     
날건달 조회수 1,000   등록일자 2001-10-16 20:37:24
지금 내 옆에는 이제 막 다려서 뜨끈뜨끈한 홍삼약 봉지가 하나 놓여있다.
이게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바빴을고...

엊그제 보약 운운했더니, 친정엄마가 금산에 가신 김에 홍삼을 하나 다려부치시겠노라고 낮에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8시전이면 도착할터이니 집에 몇시에 들어가냐고 물으신다. 마침, 옆방 세도 내 놓았고, 아가씨 하나가 와 보겠다고 해서, 저녁 7시까지는 집에 올 계획이어서 괜찮노라고,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끊고는 조금전 집에 들어왔다...
8시가 조금 넘으니, 잊고 있었는데 벨이 울린다.
다급하고, 숨가쁜듯한 택배 아저씨가 부사동 4거리에서 어디 쯤이냐고 물으신다. 피자 배달부들도 그렇고, 우리집에는 몇번씩을 와 봐도 도무지 잘 찾을 줄을 모르는 판인데,-지도에도 이 번지수가 이상하게 나왔단다.-난생 처음오는 택배아저씨야 오죽 하겠는가...
신일 여상쪽으로 차를 가지고 올라오셔서 우회전 후 약수터에 정차, 그 밑 계단으로 쭈-욱 내려오시라고 말하다가, 약수터에서 전화하면 나가겠노라고 말씀드렸다.
아저씨가 하도 급해 하시는 데다가 대전 전지역을 10시 30분 이전까지 "당일택배"를 마쳐야 하는데, 그러기엔 지금 우리집이 너무 복잡하고 멀다는 투정을 부리시는 터였다. 신일여상 앞까지 나와 있으면 어떻겠냐고 하신다.
물론, 한가한 내가 사부작 사부작 나갈 수도 있다. 허나, 난 옆방을 보러 오겠다는 숱한 사람들의 전화를, 지금 이 시간에 꼭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서 잠시 비운사이에 전화들을 한다면 낭패였다. 그럼에도 이 순간,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끝까지 주장할 것이냐, 힘들게 물건 나를 아저씨를 위해 내가 발품을 파느냐의 갈등이 살짝 스치기는 했다.
사실 아저씨를 좀 도와드리고자 나갈까 하는 생각쪽으로 기울었는데, 왜 이 밤중까지 택배맨들이 이 고생을 하게 됐을까 싶어 순간 짜증이 난다. 옛날에는 2-3일씩 걸리더니, 요즘엔 왜 이렇게 빨라진거야 싶어 무서워지기까지 한다.ㅠㅠ
"아니, 아저씨..누가 당일 꼭 배달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다른 데 배달할 데 많다고 저더러 거기까지 나오라구 그러세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금방 풀이 죽는 듯 하다. 결국 약수터에서 전화하시면 내가 총알깥이 뛰쳐 나가리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2분여뒤에 벨이 울렸고, 난 골목 끝에서 서성이며 아저씨를 기다렸다. 산밑에 동네가 있는지라 밤공기가 참 차고 시원하다.
무너진 언덕배기 위로 잎 큰 오동나무는 가로등불에 흔들리고, 뉘집 강아지인가는 집을 나와 촐랑대며 마실을 나간다. 아저씨를 마중나갈까 싶어 위로 올라가다 다시 내려왔다. 나도 그 무거운 약봉지를 들고 더 걷기가 싫었던 까닭...
얼마 안 있어, 예의 그 배달맨들의 조끼 차림에 조금 퉁퉁하면서도 목소리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무슨 선물인양 홍삼 달인 상자를 들고 나타나셨다.
순간, 아이고, 내가 좀 더 나가 있을걸 하는 마음에 미안해 진다. 얼마나 바삐 돌아다니셨는지 느낌만으로도 알 것 같았으니까. 거의 늦은 밤까지 전자제품A/S를 다니고 잔뜩 지친채로 퇴근하던 오빠 생각도 났고...
약수터를 향해 난 길을 다시 오르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며, 또 어디론가 급히 운전대를 잡고 달릴 모습을 생각했다. 저녁은 자셨는가...

들어와 뜯어보니, 정말 봉지가 아직도 뜨겁다.
금산에서 여기까지 반나절만에 날라온 홍삼...농사짓고, 삼캐고, 시장에 팔려 이렇게 다려지기까지, 시집간 딸을 생각하는 친정엄마의 마음에다, 마지막 택배 아저씨의 손을 거쳐 내게로 오기까지 거쳐진 수많은 손길들, 발길들...
물끄러미 홍삼 봉지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건달아, 홍삼 먹고 힘내서 존 일 많이 해야 택배 아저씨도 보람 있지...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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