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레츠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한밭레츠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처음으로 자주묻는질문 즐겨찾기추가
 
      
한밭레츠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품앗이소개 참여하려면
회원찾기 두루통장
 

지량리에서의 일요일
     
회오리 조회수 1,330   등록일자 2001-04-09 14:04:40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잠든 사이 누가 나를 몽둥이로 마구 두들겨 팬 것 같았다. 아직도 온몸이 쑤시고 결리다. 어제는 도시 촌놈의 나에겐 고된 하루였다.

금산군 복수면 지량리.  늦어도 8시까지 가야했다. 320번 버스를 타고 가야했는데 그만 반대방향 버스를 타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어서 있었다. 어디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 외에 없다. 정류장 아래로 개천이 흐르고 개천 건너 하우스를 치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손을 흔든다. 저기구나! 벌써부터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신토불이가 방향을 잡고 '동쪽으로!', '서쪽으로!' 라고 말하면 도사는 긴 쇠파이프로 하우스 뼈대 파이프의 간격을 맞추고 있었다. 멀뚱거리고 서 있으려니 도사가 밀짚모자와 장갑을 끼고 오란다. 죄송스런 마음에 얼른 일하려고 달려가자 도사가 등 뒤에서 편안하게 말한다. "천천히 가!"
쇠파이프를 꽂기 위해 구멍을 내야하고 그 구멍을 내기 위해 끝이 표족한 쇠막대기의 들고 놓기를 반복해야 한다. 얼마 못가서 팔이 저려왔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힘들었다. 그래서 "어이구 힘들어라! 이거 무쟈게 힘드네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신토불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잠시 쉰다.

언뜻 보기에 열 대여섯 동의 하우스에 고추를 심을 예정. 오늘은 하우스의 치마를 입히는 일까지를 해야 한다. 양쪽 끝 지주대 세우는 일과 하우스 양 옆으로 나선형 말뚝을 박는 일을 맡았다. 요령이 없어 힘으로만 하려고 보니 금새 지쳤다. 배즙도 먹고 사과도 깍아 먹고 조금 쉬니 다시 힘이 난다. 다시 말뚝을 박으려다가 잠시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 약간 방식을 달리해서 하니 힘도 덜 들고 쉽게 되었다.

아침도 못 먹고 간만의 힘쓰는 일을 하자니 허기가 진다. 슬슬 눈치를 본다. 언제 밥먹자고 할라나. 아까 먼저 밥 준비한다면서 일어선 신토불이가 언제나 우리를 부를까 귀를 쫑긋 세우고. 얼마 후 반가운 도사의 한마디 "밥 먹으로 가지"

도사, 신토불이 부부도 완전채식을 한다. 덕분에 간만에 반찬을 가려먹을  필요가 없었다. 상에 올라온 갖가지 채소와 김치찌개, 된장찌개로 밥을 먹는다. 갈증도 났으나 밥을 많이 먹지 못하게 될까봐 물도 조금만 마셨다. 밥 그릇도 큰 사발에 보통 식당 밥공기 서너 그릇 만큼을 다들 거뜬히 해치운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벌컥 들이킨다.

초등학교 때 한동네 살던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5학년때 쯤인가 편지도 쓰고 그랬다. 그런데 도사와 신토불이가 그 아이의 고모와 고모부였다. 작년 여름 한밭레츠가 지역tv 방송을 탔을 때 보셔서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단다. 그 아이 어머니도  일손을 도우러 오셨다. 옛날 코흘리던 시절 살던 모습을 서로 추억하다 보니 일하러 갈 시간이다.

땀 때문에 안경이 자꾸 흘러내린다. 벗어서 하우스에 걸쳐 놓았다. 겨우 말뚝 박기를 끝냈다. 도사가 산자락 쪽에 하우스도 해야 한단다. 이때부터 걸음이 황소걸음으로 변했다. 느그적 느그적 걸어서 이동한다. 쇠파이프와 사다리를 약간 힘을 쓰면 한번에 나를 수도 있는 것을 두 번에 옮길 셈을 한다. 아침에 여기 와서 뛰기도 했던가 하면서.

제기랄! 기껏 열내서 구멍을 내다보면 밑바닥에 돌멩이가 있다. 거기까진 참을만 한데 그 돌멩이 피한다고 피해서 새로 낸 구멍 밑바닥에 돌멩이가 나와 '딱'하고 쇠막대기와 부딪치는 소리를 낼땐 지지하고 있기에도 힘든 쇠막대기를 내팽개쳐버리게 된다.

옛날 얘기도 하며 편하게 대해준 도사와 신토불이,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의 어머니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일을 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신토불이가 이제 그만 정리하란다. 대신 채소 심은 하우스에 가서 집에 가져갈 것을 챙기란다. 결혼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럴 때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전 같았으면 미안한 건 둘째치고 귀찮아서라도 말았겠지만 채소를 가져가면 입이 함박 벌어질 날건달이 휙! 스쳐지나가며 얼른 하우스로 갔다. 딸기밭도 조그맡게 있어서 몇 개는 따먹고 몇 개는 날건달을 주기위해 땄다. 그외 갖가지 외우기 힘든 외국이름의 채소와 돈나물도 뜯었다.

하루종일 한 일을 생각해보니 정말 보잘 것 없다. 일만 저지른 것은 아닐까! 도사가 슬쩍 묻는다. "어때? 힘들지?" "그러네요..표도 안나고" "농사짓는 일이 다 그래" 이렇게 고생해서 작물 심고도 무농약 재배를 위해 잡초와 진딧물과 각종 병균에 시달려 죽어나갈 고추가 3분의 2 이상이 된다니. 셈에 강한 사람은 농사 짓기 어려울 것 같다.

점심에 밥이 남았다며 비벼먹자는 신토불이의 제안에 미안한 줄도 모르고 엉덩이를 들이밀고 염치없이 저녁밥까지 싹싹 비웠다. 일꾼이 모자라서 걱정이라는 도사의 말을 듣고 몇 가지 계획을 세워본다. 요새 시간이 있는 회원이 누굴까? 학교 후배들 농활을 추진할까? 레츠 회원들과 주말농장을 기획해볼까?




  
첨부 :
본 게시물의 저작권은 회오리님에게 있으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이 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퍼가실 수 없습니다.
글의 내용을 인용하실 경우에는 반드시 출처와 저작권자를 명시하셔야만 합니다.
댓글댓글 : 0 스크랩 인쇄 목록 수정 삭제


 
한밭레츠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