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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가 끝났다.
     
회오리 조회수 883   등록일자 2001-07-07 01:53:21
이렇게 시험의 결과에 집착하던 때가 또 있었을까?

자랑해야지. 제일 얄미운...
아이들이 점수를 매겨달라며 가져온 시험지들이 뻥이 아니라면 사회는 평균적으로 10점 이상 오른 것 같다.
시험기간에만 봐주는 암기과목이면서 평균을 갉아먹는 과목으로 악명높은 기술산업을 맡았었는데 몇가지 참고서에서 추출한 문제가 90% 이상 출제되어서 최소한 이문제를 같이 풀때 열심히 들었거나 나중에 혼자라도 풀어본 아이들은 실로 눈부신 성장을 하였다. 그들은 말한다. '나도 90점 이상의 과목이 있어' 라고

사회과목의 경우 30점이상 오르면 피자를 사주기로 농담하였는데 3학년의 한 녀석은 37점이 올라 나만 보면 피자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으며 100점을 맞으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꼬신 1학년(1학년은 값싸게 꼬실 수 있어서 다행이다.)들 중엔 함정문제에 걸려 그 한 문제만을 틀린 대여섯 명이 100점으로 인정해달라는 아우성에 아이스크림을 사주어야 했다. (물론 아이스크림을 사줬다는 소문이 나면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성적과 관계없이 아이스크림을 사줘야한다. 도저히 그들의 끈질기고 처절한 시위를 당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가장 큰 지출은 아이스크림값이다.) 처음엔 아이들과 약속을 하면서 내심 20점만 올라도 피자를 사줘야지 했는데 막상 결과를 보니 그러자면 난 굶고 다녀야 한다.

그 이전부터 있던 선생님들의 과목도 예외없이 상승하였고 새로 영입된 선생님들의 과목들도 당연히 올랐다.

학원이 전체적으로 술렁이고 있다. 선생님들 마저도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쉬웠던건 아닐까, 아이들이 거짓을 말하는 건 아닐까! 평균 5점이 오르면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20점 가까이 오른 아이도 있는가하면 10점 이상 오른 아이들이 상당수가 되었다. 이러다가 학원이 장학금을 지급하다 망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아닌 우려가 있을 정도이다. 반면 떨어졌다는 아이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물론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아이들의 성적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어떤 확신을 갖을 수 있었다. 수업을 준비하기전 선생들은 항상 활기에 차 있었다. 꼭 학원이 아니라하더라도 다른 조직에 있어본 경험상 '이건 대단한 팀웍이다'라고 느낄 수 있었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은 자기과목이나 자기 담임이 아니더라도 서로가 챙겨주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하나하나에 헌신적이었다. 선생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 분발하였다. 적어도 나는 다른 선생들에게 그 헌신을 배웠다. 그러자 어느새 그 누구보다도 내가 정말이지 성적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한달 남짓 이곳에서 아이들과 자주 다투었다. 학원에서 난 트러블메이커다. 어떤 학생과 다투었다고 말하면 선생님들은 으례 말한다.
"또 싸우셨어요?"

매를 대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대신 난 교실로부터 아이를 추방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아이들은 당황하기도 하였다. 그어떤 선생도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매보다 훨씬 큰 상처이기도 할 것이지만 어쩔땐 솔직히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그 부모 입장에서는 난 아주 나쁜 선생이겠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참 자주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번 심하게 몰아붙인 아이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 미안하기도 했다. '조금만 참을껄','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 하면서. 아이들이 어른인 나보다 뒤끝이 적고 훨씬 대범하다는게 천만다행이다.

1학년 남자아이들 중 몇 명이 나타나면 난 긴장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그들에게 똥침이나 고추만지기를 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장난은 내가 먼저 시작하였다.

2학년 여자아이들은 한번만 하기로 한 야자타임을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 주위에 선생님들을 당혹하게 할만큼 그들은 나에게 거친 말투를 쓴다.
그또한 내가 먼저 시작하였다.
대신 조심하지 않으면 삐져서 울고 그러면 난 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여야 한다.

대신 그 이전부터 있던 선생님들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이 훨씬 소란스러워졌다고 한다. 일단 학원 규율의 상징인 원장에게서 아이들은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그리고 선생들이 서로 아이들과 한편이 되어 다른 과목 선생들의 호박씨를 깐다. 물론 결정적일때 서로에게의 존경심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학원은 몇 가지 기로에 서 있다.
아이들을 규율에 따라 지도해야 한다는 것과 인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친해져야 한다는 것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인성을 중심으로 학원을 운영할 것인가 성적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낳으며 현실적으로는 우열반 체체로 갈 것인가 말것인가의 문제이며 문제학생을 자를 것인가 말것인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결국 학원 운영의 경제성문제가 가장 결정적이다. 이 질문에 대세적 결론은 현실이란 이름하에 분위기를 엄히 잡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인 듯 하다.
나 또한 별다른 대안이 없을 때가 많다.

왜냐면 우리는 아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의 성장이란 것에 대해 선생 뿐만 아니라 정작 학생 그 자신마저 미심쩍어 하며 그 자유란 말 속의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아내에게 레츠일을 사기치듯 떠맡기고 학원에 간 후
꼭 이 자랑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의 성적이 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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