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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가뭄 끝 장마시작의 부사동에서
     
회오리 조회수 1,099   등록일자 2001-06-25 00:47:04
어스름 저녁 잠깐 비가 그쳤다.
옥상에 올라서 식장산 자락을 스쳐가는 낮은 비구름의 끝을 들여다본다.
새로 돋아난 연한 잎들이 짙은 녹색의 누나 잎들을 밀쳐내는 앞집 이름모를 나무가 싱그럽다.
숨을 깊게 쉰다.
중학 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시를 떠올린다. 정확하지는 않다.
현이야 이리 올라와봐!

날이저물면 언덕에 올라 나팔을 불었다.

하루종일을 아내와 좁고 어두운 방에서 뒹굴거렸다.
아이들 시험기간이라는 것도 잊고 기냥 그렇게 주루룩 투둑 거리는 빗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 늦게 밖으로 나왔다.
더 일찍 마루로 나와 비맞는 호박꽃이랑 봉숭아, 채송화를 들여다 보았으면 좋았을 걸...
꼭 우산을 받쳐들고 슬리퍼를 끌고 철퍽거리고 다니지는 않더라도 말이지.

결국 스물하나의 맥주병을 슈퍼에 갖다주러가는 길에
파크랜드에 바지를 사러갔다. 수선집에서 잠시 주말드라마를 봤다.

왜 드라마의 여자들은 저렇게 다 뻔한거야. 치사하게만 그려져...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집에와 늦은 저녁을 먹고 더이상 신을 양말이 없어진 것을 알고 양말을 빨았다.
그리고 슬쩍 아내의 속옷도 빨아준다.

군대있을 땐 그날그날 양말이랑 속옷을 빨았었는데...

소리바다에서 노래를 찾기 시작했다.
조용필, 송창식, 이문세...
창밖의 여자, 큐, 딩동댕 지난여름, 소녀, 광화문 연가.

이제모두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아내는 언제부턴가 빛바랜 사진부터 나를 만나기전 애인의 사진까지 차곡차곡 챙기며 약간은 귀찮게 말을 건넨다.
건성으로 말을 받으며 이문세의 빗속에서를 듣는 것도 아니고 은근히 문밖의 빗소리만을 듣는다.

이제 비가 그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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