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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노릇, 그 마지막 이야기.
     
날건달 조회수 1,130   등록일자 2002-07-30 16:43:03

어제, 그러니까 월요일 아침..,
8시 반, 서울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를 하느라 부랴부랴 나서 온 김에,
대청소 비스무레한 것을 했다. 지난 주까지 남희, 국희와 오전녁 시간을 보낸 덕에
일도 좀 밀린 데다가, 일본생협팀들과 달팽이의 휴가로 텅텅 빈 3층이었지만, 그래도 바닥은 청소를 요하고 있는 지경이었다.
어설프긴 했지만, 금욜까지 아이들과 시간을 잘 보낸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며,
이제, 다시 일상으로!! 구호를 외치며 바닥 먼지들을 박박 닦아냈다.
땀도 제법 흐르고,  기분도 상쾌하고...

10시, 모든 게 끝났다.
차분히 한주를 계획하기 위해  상쾌한 맘으로 컴앞에 앉은 순간,
난 흡사, 못 볼 귀신이라도 본 듯,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익숙한 남희의 얼굴이 조합사랑밖 쪽으로 난 창밖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지난주로 끝난 게 아니었나..
문수미 샘이 금욜날 별 얘기가 없기에, 얼렁뚱땅 화욜부터 시작했던 어설픈 체험학습을 지난주로 끝내려 했더니, 기어이 월욜 하루를 더 해야 하는구나...ㅠㅠ
머리를 산뜻하게 커트한 질경이가 인사를 하신다. 자, 건달, 힘 내...어머니가 실망하시지 않도록, 얼굴을 산뜻하게...!
"어, 전 지난 주까지 오시는 줄 알았어요.."
"아니, 문수미 샘이 월욜까지 가라구 그러시길래...그럼, 날도 더운데 그냥 가까요?"
"아이구, 아니에요...제가 제대로 말씀을 못 드린건데요..."
하면서도, 속으로 난 난감함에 떨어야 했다.
아...이따 오후엔 또 영상강좌 들으러 가야 하는데...일은 또 언제 하누..
내가 어리석었다.
1주일 시간표를 짰으니, 1주일을 함께 하겠노라 맘먹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말했어야지...
그래, 내 혼자 내 멋대로, 내 좋을데로 기대했었으니 내 잘못이지...

복숭아 담은 까만 비닐봉지가 바닥에 내 팽개 쳐 있다.
일욜날, 큰댁이 있는 영동 시골에 다녀온 아이들이 나 먹을꺼 챙겨주자는 의사표시를 했단다. 그래봐야 복숭아 가르키며 "바켜이 선생님"하는 게 전부였겠지만..^^ 고맙고, 기특한 아이들...난, 주말 내내 너희들 생각 별로 안 났는데...

국희가 머리에 젤을 덕지덕지 바르기 전, 복숭아 한개를 깍아 사이좋게 나눠 먹고는 겨우겨우 꼬셔 옥상으로 헤쳐 모여~ 남희손에는 빗자루랑 쓰레받이랑, 국희 손에는 물 줄 화분 하나 들려서 옥상까지 가는데만도 10여분의 실랑이가 걸렸다.
완전한 땡볕...
한약재 다린 후 남은 찌꺼기들 말려놓은 만 해도 20여개...곰팡이도 슬고, 벌레도 꼬물꼬물..
물기 빼느라 말려놓은 수박과 과일 껍질들이 여기 저기 나뒹굴고..., 간혹 보이는 캔과 무수한 담배꽁초들...옥상문이 열려있으니, 가끔 객들도 드나드는 모양이다.
셋이서 각기 역할을 맡아 하기 시작했으나, 그 더위에 아이들이 계속할리 만무하다. 그래도, 푸대자루를 벌려서 한약찌기들을 담기 시작했다. 여전히 국희는 꿈쩍 않구 벌레만 구경하구 있다. 남희는 내 고집^^에 포기했는지, 갑자기 몸놀림이 빨라진다. 그래서 안심하고, 나는 다른 일을 하려 하면, 그새 그늘있는 곳으로 휙, 가버린다.
"얘들아, 우리 언능 끝내구 수박 먹자.."
해도, 도리도리..이젠, 힘으로 버티며 꿈쩍 않는다.
"그럼, 우리 물놀이 하까?"
내 딴엔 꼬셔서 일 한다고, 긴 호스를 구해와서는 옥상 물청소를 할 요량으로, 3층에 가서 수도를 틀고, 남희더러 꼭 붙잡고 있으라 했다. 끄덕끄덕...이해를 한 듯 하다.
"남희야, 이 세수대야에 물 받아서 저기에 부은 다음에 빗자루로 쓸을꺼야..꼭 붙들고 있어~"
그리곤, 또 다른 일을 했다. 간간히 바라볼 때도 잘 붙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남희 손에 호스는 없고 빈손만 놀고 있다. 앗! 강남희, 너 호스 어쨌냐?
후다닥, 뛰어가 보니 벌써 일은 터졌고..., 꼭지물은 콸콸콸, 계단과 카펫은 벌써 젖어 가고...,
3층에 오던 호간호사가 이건 뭔일이냐며 힐끔힐끔 보구...
으...강남희, 너...
수도를 잠그고 올라온 후 녀석에게 물었다. 남희, 여기 좀 봐라...물바다가 됐잖냐..꼭 붙들고 있으라니깐...너, 알고 그랬어, 아님 모르고 그랬어...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입을 연다.
"미난해.." 그렇구나..모르고 그랬구나..그래, 그럴 수 있지..남희야, 쉬어라..샘이 마져 다 하마..
그 사이 국희는, 화분을 담가놓기 위해 한 대야 애쓰게 물을 떠 와놓고는 돌연, 물을 확 버려 버린다. 이럴 때 참 궁금할 따름이지...왜 그랬을까, 국희는,,하고.

아이들 국어 숙제 중에 "목적어 넣어 문장 완성하기"가 있다.
그림이 하나 있고 "선생님이 (             ) 가르치십니다." 이렇게 있으면, 아이들이 목적어를 넣어 완성하는 거다. 그런데, 국희가 괄호안에 '공부를'이라고 써 놓고는, 읽어봐라 했더니, "나준식 선생님이"그러는 거다.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선생님자에 연필로 줄을 긋고는 그 위에 다시 '나준식'이라고 조그맣게 써 놓은 거다. 하하... 혼내지도 않고, 늘 웃어주기만 하는 수박이 딴엔 맘에 들었나부다..^^

어머니 질경이가 오셨고, 면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같이 냉면을 사 먹었다.
질경이는 참 박학다식하시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경험과 생각도 많으셨을테고, 그 만큼 고민도 크셨을터이지만, 무엇보다도 늘 웃는 그 모습에 난 반했다. 아이가 엄마 뜻대로 말만 안들어도 속상해 죽겠다고 하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는 판인데, 엄마뜻은 커녕 기본의사소통도 겨우인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참 잘 사시는 것 같다. 남희는 차에 올라서는 내가 안 보일때까지 손을 흔들어 준다. 그래, 이젠 편하게 놀러들 와라, 엄마랑....문수미 샘 오면, 함 뭉치자~^^

이번 기간에 많은 이들이 내게 말했다.
딱 부러지고 정확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박현이 힘 좀 들었겄네 하는...ㅠㅠ
있는 그대로!,,에 내가 얼마나 서툰지를 잘 아는 지인들의 쓴소리이니 잘 새길 밖에..
바우솔 말대로, 선생노릇은 무슨..학생중에도 꼬바리 학생이었는데..
가만히 있다가도 난 아이들이 불쑥불쑥 생각나 웃음이 배실거린다.
내 손목 이끌고 빨간 펜으로 "똥그라~미"하며, 지가 먼저 채점하던 국희,  
"남희, 국희, 엄마 체험학습"만 연신 화이트 보드에 써대던 멋 잘 부리는 남희..,,
아직도 많이 남은 방학...녀석들, 잘들 놀아라, 건강하게, 맨날 면만 찾지 말구, 밥도 좀 먹구...
느이들 덕분에 나두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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