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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와 국희의 선생노릇 1
     
날건달(두루지기) 조회수 1,155   등록일자 2002-07-24 18:58:39

지난 4월 만찬 때 처음 만났습니다.

이제 5학년인 쌍둥이 국희, 남희 자매는 선천성 자폐라 합니다.
그래도, 거울도 잘 보고, 사람들과 눈도 잘 맞추고, 글씨도 제법 읽고 씁니다.
국희는 키가 163이나 되고, 움직이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틈만 나면 벌렁 드러눕는 게 취미입니다.  남희는 화장하는 걸 좋아하고, 특히 루즈를 곧잘 바릅니다. 언니 국희가 시키는 것도 잘하고, 몸놀림이 아주 재빠릅니다. 얼굴도, 하는 짓도, 잘하고 못하는 것도 너무 다른 쌍둥이... 
가양초등학교에 다니는데, 특수교육을 전공한 자운영(문수미 샘)이 창원에서 전학온 남희,국희를 이번 학기부터 맡게 되었답니다. 
레츠가 무슨 큰 도움이 될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지내다 보면 쏠쏠 보탬이 되기도 할 것이라는 기대반, 희망반으로,
샘도, 아이들의 어머니인 질경이 김진선님도, 건달이도,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질경이는 6월 만찬이 무척 기대된다며 들떠 있으시더니,
까마득히 잊고는 아쉬워 하다, 권총이 주선한 동해 하루 여행에 아이들과 함께 오셨습니다. 
그 두번째 만남에서 사람  이름 곧잘  기억하는 남희가 절 보자 마자, "바켜히 선,생,님"합니다.
깜짝 놀랐지요...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여수스럽게 또박또박 날 부르는 건 아니었지만, 하얀 포말 자꾸 부서지는 헌화로 동해길에서 남희는 제 팔짱을 끼고 사뿐사뿐 걸었답니다.

방학이 되었고,
늘 학교와 집에서만 지내는 아이들이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같이 어울려 사는 법을 조금씩 익히기를 바라는 맘으로 문수미 샘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없이, 선생님 없이 다른 곳에서 지내보기...
자운영은 한달간 특수교사 연수로 대전을 떠나게 되어서 건달에게, 
아이들이  레츠 등록소로 1주일간,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오는것을 상의하고 떠났습니다.
시간표도 그려주고, 다 마치면 붙일 별표스티커도 사 주시고,
아이들에게 너무 만만하게 보이면 안된다며, 약속한 걸 지키지 않을 때 앉었다 일어섰다 50회 시키는 방법, 숙제검사는 빨간 펜으로 해 주면 좋아한다는 것, 시간이 다 되면 오늘 한 것에 스티커를 꼭 붙여주라는 것, 청소나 기본정리정돈 하는 법등을 익힐 수 있게 여러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아...그런데.., 건달은 자꾸 겁이 나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무얼 해줄까, 무슨 얘기를 나눌까, 어떤 말들은 말아야 하는 걸까, 아예 말도 안 통하면 어쩌지?.....
급기야는, 월요일에 방학 했다며 놀러온 교사회원 바우솔에게 1주일간 아이들을 위해 출근 해 주실 수 없겠느냐는 염치없는 부탁까지...ㅠㅠ  허나, 바우솔, 과감하시더이다..."나..자신 없어.."
원두막(김은미)의 넘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누리나 다운이와 같다 생각하고 편하게 대하라는 말에 조금 맘이 진정되어, 쉼호흡을 했습니다.
 
오늘이 그 첫날입니다.
출근이 늦은 건달에게 아이들이 반갑게 아는 체를 해 줍니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래, 너희들에게도 다 진심이 통하겠지...말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되고, 통할꺼니까 괜찮아....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국희는 여전히 누워만 있으려 했고, 전화다 뭐다 해서 잠깐 사무실로 들어간 사이, 남희는 TV를 켜고, 어느 새 기타를 내려서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두드리고 있었고, 짬짬이 냉동칸에 있는 사탕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그냥, 아이들과 편하게 있고 싶으면서도, 필요한 건 그게 아니다는 생각에 다시 앉는 자세부터 같이 연습하고, 숙제를 봐 주고, 잠깐 옥상에 산책(?)하러 올라가서, "내일은 여기 같이 청소할꺼야"라며 겁을 주기도 했습니다.^^
숙제를 아예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 국희에게 20번 앉었다 일어섰다 벌을 주었습니다.
헌데, 국희가 자꾸 웃습니다. 나름으로는 애교인지, 정말 건달이 하나도 안 무서워서인지,
전 자꾸 웃는 국희가 되려 무서웠습니다. 안그래도 애매한 선생노릇, 이거야 원... 옆에서 남희는 벌받는 국희를 아랑곳하지 않고, 간혹 숫자까지 세어 주면서 국어숙제를 합니다.
아이들은 정말 빨간펜으로 동그라미 해 주는 걸 참 좋아합니다.
이상한 나라에 온 듯한 기분..
늘 말은 기본적으로 통하고, 통하다 못해 속마음까지 지레 짐작하며 살곤하는 사람들과만 지내다, 전 오늘 참 이상한 기분속에 있었습니다.

건달인 숙제, 청소, 산책, 화분 물주기 등, 아이들과 함께 할 남은 일이 아직도 부담스럽습니다.
이걸 할 수 있을까, 굳이 해야 할까, 그냥 매일 산책 다니면 안 될까..,
저도 어느 새 아이들처럼 꾀를 부리고 있습니다.
"얘들아, 우리 문수미 샘 몰래 우리끼리 놀러 갈까? "
휴...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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